요즘 공매도 관련한 이슈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공매도의 뜻과 요즘 많이 언급되는 게임스탑 사건 그리고 5월 3일로 결정된 공매도 재개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공매도 뜻

공매도(空賣渡)는 영어로 숏 셀링(Short Selling)이라고 하고 줄여서 숏(Short)이라고 한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 같은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팔고 나중에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고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공매)'는 의미이다. 

주식은 쌀 때 사서 오르면 팔아서 차익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산 후(매수)에 파는 거래(매도)와 달리 순서를 바꿔서 우선 비싸게 팔고 나중에 싸게 사서 갚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쉽게 말하자면 가격이 떨어지면 돈을 버는 것이다. 먼저 팔고 난 후에 사서 이익을 내는 방식이다. 아래 예를 보자. 

 


- A라는 주식 가격이 100만원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분석을 해본 결과 A주식 주가가 내려갈 것 같다. 그래서 A 주식을 빌려서 판다. ( 100만 원 파는 것이다) 
- 이후 예상처럼 A 주식이 80만원으로 하락하면 A 주식을 산다. ( 20만 원 + A주식 )
- 이제 어제 빌려서 판 A 주식을 갚는다. 
- 이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현금은 +20만원이 되는 것이다. 
- 반대로 A주식의 가격이 120만원으로 올랐다면 빌려서 판 A주식 가격 100만 원에 상승한 금액 20만 원만큼이 자신에게 손해로 남게 된다. 



자신이 판매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수록 이익을 보는 것은 맞지만 주식의 가격이 음수가 될수는 없기 때문에 기대 수익은 100% 미만이다. (주식 가격이 -10만 원 이런 건 없으니까) 하지만 주식이 오를 때는 상한선 없이 오르기 때문에 손실은 무한대까지 날 수 있다. (이것이 공매도가 무서운 점이다) 주식 가격이 계속 오르면 자신이 갚아야 할 돈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앞서 예를 든 주식처럼 주식 가격이 100만 원일 때 공매도를 했는데 이 주식의 가격이 500만 원까지 올랐고 이때 빌린 주식을 갚는다면,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남는 것은 현금 -400만 원이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선물시장이나 채권, 외환,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시장에서 사용 가능한 기법이다. 비트코인도 공매도를 지원한다. (비트코인의 등락폭이 큰 것을 생각하면 조금 아찔한 부분이기도 하다) 

 

 

공매도 분류

공매도는 크게 무차입 공매도와 차입 공매도로 나눌 수 있다.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숏 셀링; naked short selling)

미리 대상 주식(혹은 자산)을 빌려두지 않고 하는 공매도로,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빌려 둔 주식이 없기 때문에 공매도 실행자의 약속을 사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2000년 4월 공매도한 주식이 결제되지 않는 일(일명 우풍금고 사건)이 발생하면서 2000년 이후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는 그 특성상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어 금지되거나 강하게 규제되고 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차입 공매도(커버드 숏 셀링; covered short selling)

먼저 주식 혹은 자산을 빌린 다음 그것을 팔고, 나중에 다시 낮은 값에사들여서 갚는다. 미국의 경우 먼저 주식을 빌려두지 않더라도 단기간 빌려주겠다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차입 공매도로 쳐주기도 한다. 일반 매도는 주식 소유자가 하는 데 비해 공매도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나 대차거래를 통한 계약 상 근거로 소유주가 아닌 사람이 하게 된다. 즉 일반 매도와 공매도의 차이점은 누가 매도자인가 하는 점에 있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는 원칙적으로 차입 공매도이다. 이것은 다시 대차 거래와 대주 거래로 나뉜다. 

대차 거래(loan transaction)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에 주식을 빌려주는 것으로, 증권사가 자사 고객을 통해 조달할 수 없는 경우 한국 예탁결제원 또는 한국증권금융을 이용하는 기관 간 거래이며 보통 억대 단위 금액이 오고 간다. 또한 여기에는 대차 거래 참가 대상에 자본시장법에 따른 '전문 투자자'도 포함되는데, 2016년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0조에서는 50억 이상의 금융 투자 상품 잔고 보유, 계좌 개설 후 1년 이상 지날 것, 관련 자료 제출로부터 2년 내일 것 등을 전문 투자자의 조건으로 들고 있다. 즉 50억 이상의 자산가라면 대차 거래할 수 있다. 자금력이 되는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만큼 대주거래보다 오래 주식을 빌릴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단위는 3~6개월이며 연장할 수 있다.

 

대주 거래(stock loan)

증권사가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 주는 것. 개미들도 할 수 있다. 다만 인지도 부족, 높은 이자율, 대주 물량 부족 등 이유로 성행하지 않을 뿐이다. 사실 대주거래는 개별 증권사가 담당하므로 당연히 물량이 적다. 해 볼 만한 종목은 빌릴 수 있는 주권이 없다. 증권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상환 기한이 대차거래보다 꽤 짧다. 이런 이유로 개인 투자자가 합법적으로 공매도를 시도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증권사가 내 주식을 대차 거래로 빌려주지 않도록 락을 걸 수는 있다. 

공매도의 민낯, 게임스탑 사건

'게임스탑'이라는 회사가 있다. 비디오 게임이나 콘솔 등을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미국 회사다. 1월 말 게임스탑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원래 3월로 예정돼있던 공매도 재개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IMF는 한국 주식시장에 공매도를 재개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이 얻는 정보의 양과 질이 개인투자자의 것보다 확연히 좋기 때문에 , 개인투자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항"이라며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스탑에 공매도 세력이 붙어서 주가를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동안 공매도 세력에 불만이 많았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식 가격이 상승한 사건이 있었다. 기관들(특히 헤지펀드들)은 엄청난 손해를 받고 코너에 몰리자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버튼을 막아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게임스탑 사건 개요
1월 22일 :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탑 주식을 사기 시작함. 당일 65달러로 마감.
1월 25일 : 주식이 3일만에 150달러대로 올라감 (3일 만에 거의 2배 이상 오름)
1월 27일 : 일론 머스크가 게임스탑과 관련된 트윗을 올리면서 주가가 300달러대로 올라감. (60달러대에 공매도를 했다면 500% 손실)
1월 28일 : 400달러까지 찍은 후 44% 폭락함. 일부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공매도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구매 버튼이 막혀서  논란이 됨.
1월 29일 : 미 정치권에서 '헤지펀드가 자유롭게 거래하는 동안 개인의 거래가 막힌 것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이후 거래 제한 풀림. 그 이후 주가가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음.


게임스탑 사건, 내 주식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

헤지펀드가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급하게 다른 주식을 팔면서 미국 증시가 급락하게 된다. 덩달아 아시아 증시도 영향을 받아서 하락했다. 이때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 이하로 떨어졌다가 회복되기도 했다. 공매도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기관과 헤지펀드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건과 개인투자자들의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 동학 개미가 있다면 미국에는 로빈훗이 있다) 

미국은 게임스탑 사건으로 정치권과 국민들의 시선을 개인투자자에 유리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법령이나 제재가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현재 여론은 헤지펀드와 기관에 부정적으로 보인다. 공매도 재개와 맞물려서 지나치게 기관과 외국인에 유리하게 설정된 공매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2월 3일(수) 발표된 금융위원회 발표에는 5월 3일부터 코스피 200, 코스닥 150 지수 구성종목에 한해서 공매도 재개를 하기로 했다. 나머지 2천37개 종목에 대해서는 별도 기한 없이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된다. 원래 3월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 3일까지 45일 정도 연장한 것이다. 5월 3일 이후 대형주를 중심으로 공매도 재개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에는 공매도 재개 의지가 강했으나 정치권 일각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해온 '동학개미'들이 반발하자 먼저 제도 개선을 마무리한 뒤 대형주 중심으로 재개하는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해석해보면 주변에서 하도 뭐라고 하니까 조금 더 지켜보면서 공매도 재개 시기를 조율하겠다 정도 되겠다. 

코스피 공매도 금지 관련 주요 일지

2020년
2월 28일 : 코스피 2000선 붕괴
3월 16일 : 6개월간 한시적 공매도 금지(코로나19 사태 여파)
5월 26일 : 코스피 2000 회복
8월 27일 : 공매도 금지 6개월 연장

2021년
1월 7일 : 코스피 3000 돌파
1월 11일 : 금융위원회 "공매도 금지 3월 15일 종료 예정"
1월 28일 :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시장 공매도 재개 가능하다고 생각"
2월 3일 : 금융위원회, 공매도 금지 연장. 코스피200, 코스닥 150 지수 구성종목 5월 3일 부분 재개
5월 3일 : 공매도 부분 재개 예정일

 

 

공매도 장점


주식시장에 효율성, 유동성, 연속성에 도움이 된다. 공매도를 통해서 주식시장이 더욱 활기를 띠고 현금 유동성도 높아지고 가격의 연속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공매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펀드들이 많으면 시장이 건전해진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엘론의 분식회계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것이 헤지펀드였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리먼 브라더스나 베어 스턴스의 부실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것도 공매도 투자자들이었다. (관련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빅쇼트'를 볼 것을 권한다) 

중국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은 데이터 분석과 회사의 부정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공매도를 통해서 이익을 챙겨왔다. 중국기업이 그동안 거품이 많았다는 것도 있고 중국만 골라 패고 있는 미국 헤지펀드들이 얄미운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를 대적할 커피 체인이라던 루이싱 커피 고객들의 동선을 추적해서 1만 시간 넘게 수집한 판매 데이터를 통해 회사의 진짜 매출을 알아내 회계조작을 잡아내기도 했다. (이 사이에 공매도로 수익을 내는 것이다) 

공매도 단점


공매도는 엄연히 빌려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빌린 주식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자칫 판단을 잘못해서 주가가 계속해서 올라가면 제대로 망하는 것이다. 게임스탑 공매도를 시도한 헤지펀드들 중 손해액이 160억 달러에 달하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얼마나 급했으면 주식 사지 못하도록 구매 버튼을 없애 버렸을까 싶다)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공매도를 하는 경우는 상관이 없지만 공매도를 목적으로 나쁜 소문을 내거나 불리한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해서 수익을 내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확한 팩트를 근거로 공매도를 하는 헤지펀드도 있지만 집요하게 대중들을 패닉설로 유도해 악재를 퍼부어서 그 사이 수익을 내는 질 나쁜 헤지펀드들도 다수 있다. 

16-17 시즌 발생한 BVB 도르트문트 폭탄테러사건은 초기엔 이슬람 테러집단의 소행으로 추정되었으나, 이슬람과는 관련 없는 투기꾼이 구단 주식을 공매도한 후 주가하락을 노린 것이었다. 이렇게 없는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서 공매도 상황으로 몰아가는 세력들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공매도를 당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경영에 투자해야 할 시간에 회사 주가를 방어하는데 힘을 쏟는 경우도 있다. 공매도를 당하면 기업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2년 셀트리온에 대한 부정적 루머가 있었는데, 중국 임상시험 과정에서 2명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이 허위 뉴스로 3일간 10만 주 이상의 공매도가 발생하여 셀트리온 주가는 52주 최저가를 기록하였다.

해외로 가도 별 차이는 없는지 일론 머스크의 경우 테슬라의 머천다이즈를 파는 사이트에 짧은 반바지(Short shorts)가 곧 올라갈 것이라고 트윗을 날리는 등 간접적으로 공매도 세력을 꾸준히 조롱하며, 공매도 세력에 대한 반감 때문에 게임스탑 사태 때도 주도적으로 나서서 대세를 만들었다.

이상으로 공매도에 대해서 살펴봤다. 공매도와 공매도로 돈을 버는 헤지펀드와 기관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게임스탑이라는 화사를 통해서 바라본 공매도의 민낯도 살펴봤다. 공매도의 뜻을 잘 파악하고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주식 시장을 바라본다면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경제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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