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명동 한피부과의원 주사 이용기

비염과는 참 질긴 인연이 있다. 20대까지 지방 중소도시에서 살 때까지만 해도 비염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수도권에 자리를 잡고 30세 초반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가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되면 코가 귀신같이 반응을 했다. 코를 너무 풀어대니 코 주변이 다 헐었고 거울 속에 있는 내 모습은 참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비염과 휴지는 땔레야 뗄수 없다
비염과 휴지는 땔레야 뗄수 없다

이 비염의 무서움을 깨닫는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비염이 생기고 얼마 후 첫째가 태어났다.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설마 애한테 비염 유전시킨 건 아니지?'라고 했다. '설마?' 그렇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비염 영재였다. 초등학교부터 비염을 달고 살았다. 어린 애라 약을 먹이지는 않았지만 아들 같은 경우 실외 활동이 많은 초여름이나 환절기에 무척 힘들어했다. 이렇게 아빠와 아들의 좌충우돌 비염 동행기가 시작되었다. 

야, 너두 비염?
야, 너두 비염?

 

 

 

 비염 적응기

처음에 병원에는 엄청 아프기 전까지는 잘 안가던 때라 버티고 버텼다. 그러다가 며칠을 코를 풀어대다가 코 주위가 헐어서 아파올 때쯤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은 너무 친절하셔서 살짝 째려보면서 설명을 해주셨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니까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당시만 해도 젊었을 때고 IT 업종이라는 특성 때문에 야근도 많았고 사이트 오픈이라도 할라치면 날 새는 날도 많았다. 서버에 이상이 생기면 IDC도 가야 했다.

비염에는 좋은 화장지를 써야 한다
비염에는 좋은 화장지를 써야 한다

IDC라는 게 항상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좋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는데 반팔 입고 갔는데 18도에 있으면 코가 더 나온다. 암튼 비염과의 동행이 계속되면서 결국 뭔가 방법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가면 약과 스프레이를 준다. 그런데 병원에 자주 가기는 싫어서 찾은 것이 잘 알고 있는 '액티 XX'와 'X르텍'이었다. 

 

두 약의 특징이 조금 다르긴 한데 나같은 경우 주로 '액티 XX'을 먹었다. 이른바 내 몸에 더 잘 반응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통 반으로 잘라서 반개를 복용하면 간단한 단순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고 한 알을 다 먹으면 무조건 2시간은 자야 하거나 비몽사몽으로 골골거리게 된다. 사무실에서는 되도록 반 개만 먹고 버티는 일상을 살았다. 

 

아들이 수험생이 되었다. 설마 공부하는데 지장이야 있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밀폐된 독서실이나 방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휴지를 산으로 쌓아놓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민 끝에 아들에게 '액티 XX'을 권했다. 처음에는 신세계를 만난 것처럼 좋아했다. 비염 때문에 밤새 코를 풀어대다가 아침에 수업시간에 조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대로 되는 줄 알았다.

 

병원에 가면 주는 스프레이는 너무 자주 쓰면 코 내벽이 헐 수 있다고 해서 자주 쓰지는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넣어 주면 한 달 정도는 괜찮은 것 같았다. 하지만 환절기와 꽃가루 날리는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비염이 터지고 하고 싶은 일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암튼 아들은 어찌어찌 대학에 진학했다. (비염과의 사투 끝에 대학에 들어간 것이 대견하다) 

 

 비염 동호인(?)에게 추천 받은 명동 한피부과 비염주사

비염 동호인(?)이라는 것은 같은 비염을 앓고 있는 이들끼리의 동질감에 만들어본 용어다. 실제 그런 동호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있어도 부끄러워서 안 들어갈 것 같다) 비염인들끼리는 조용히 같이 모이게 된다. 휴지나 물티슈 근처에 가보면 모여 있다. (ㅠ.ㅠ) 조용히 회의하고 있는데 본의 아니게 흐름을 끊는 것 같을 때는 정말 힘들다. 

 

한 비염인이 조용히 말했다. 명동에 가면 비염주사를 놔주는데 1년은 비염이 싹 사라진대요. 흠, 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문구다. 어딘가에 가면 용한 누군가가 기가막히 약을 갖고 있고 씻은 듯이 낫게 된다는 이야기. 이건 내 돈을 노리는 일반적인 사기의 냄새가 아닌가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렇게 효과가 좋다면 그만한 가격을 받겠지' 그런데 주사 가격이 3만 원 정도란다.?! 뭔가 혹한데 더 이상해지는 느낌이었다. 

 

명동 한피부과의원

주소 : 서울 중구 명동길 26 유네스코 3층 

대표번호 : 02-776-3518 

 

그리고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학에 갔던 아들이 군대를 가게 됐다. 학교까지는 상관이 없는데 군대가서 괜히 비염 때문에 불편한 시간을 가질 것 같아서 큰 마음먹고 명동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결심하는데 한 3년 걸린 것 같다) 가는 김에 겸사겸사 나도 맞고 (이게 목적?) 오랜만에 시내 구경도 하고 말이다. 

난타극장 3층에 위치한 한피부과의원
난타극장 3층에 위치한 한피부과의원
한피부과의원 내부
한피부과의원 내부

차를 가져갔는데 그냥 명동성당 주차장에 주차했다. 그런데 병원 건물이 명동 난타극장 3층이다. (거기 주차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는것 같았다) 서울 시내 운전이 익숙지 않아서 그냥 명동성당 주차장에 했다. 그리고 난타극장 3층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방문한 날이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명동은 정말 오랜만인데 외국이 엄청 많다. 그리고 길거리 음식을 많이 파는데 물가가 엄청나다. 

그렇다. 이 집의 시그니처(?) 주사는 비염주사다점심시간은 1시 ~ 2시 잊지 말고 피하자
비염주사 가격과 점심시간 안내

암튼 접수를 하고 원장님을 만나러 들어갔다. 원장님은 조용히 얘기하신다. 조목조목 비염을 완치하는 주사는 아니면 3 ~ 4개월 정도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주사라는 내용이었다. 뭔가 같은 얘기를 수천번 반복해 온 멘트 장인의 느낌이 났다고 할까? 내가 먼저 들어가고 주사실에서 바로 주사를 맞았다.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진행된다) 아들도 들어가서 같은 멘트를 듣고 주사를 맞았다. 아들은 이틀 정도 엉덩이가 뻐근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게 약 3주 정도 지난 시점이다. 원래 같으면 봄꽃 때문에 비염에 시달려야 하는데 아직까지 비염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침에 샤워할 때 비염인들이 느끼는 코를 뭉개듯 문질러줘야 시원하던 것이 사라졌다. 참,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암튼 단발성으로 효과는 끝내준다. 아들은 곧 군대에 가는데 중간에 휴가 나오면 한 번 데리고 겸사겸사 나도 한 번 더 맞아야겠다. 

 

 맺음말

인터넷에는 해외에서도 맞으러 일부러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효과도 1년 정도 간다고 하는 경우도 봤다. 그런데 이게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라고 한다. 30년 비염생활을 청산하신 선배 비염인의 조언은 독일에서 건너온 약물을 알레르기 검사 후에 주사로 3년 정도 나눠 맞으면 완치가 된다고 한다. 

 

만약 명동 비염주사가 몸에 듣지 않으면 그 약물을 주사로 맞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사실 비염은 일상이라고 생각했고 물티슈를 필수품으로 달고 사는거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혹은 몇 개월에 한 번 주사를 맞는 것으로 이 정도까지 비염이 진정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상 20년 비염인의 비염 잠깐 이별기였다. 혹시 수도권에 살고 비염이 신경이 쓰일 정도이며 6개월 정도에 3만 원 정도 투자는 해볼 용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강추한다. 물론 비염에 대해서 개인으로 깊이 연구한 분들의 글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일반인이며 열심히 연구하고 조사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내 몸으로 느껴본 부분만 공유해 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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