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산다 12월 18일(금) 방영분에 기안84의 뛰어서 바다까지 가는 프로젝트가 방영됐다. 지난주에 1편에서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오이도까지 42킬로를 뛰는 모습이 방영됐다. 처음에는 또 희한한 에피소드가 하나 탄생했나 싶었는데 역시 나혼자산다는 기안84가 나와야 재미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56킬로를 뛰어서 가겠다는 계획은 세웠다는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이렇게 무대포로 밀어붙여서 성공시킨다는 게 참 놀라워 보였다. 인생사도 계획한 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렇게 일단 한 번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도 있는 것 같다. 인생사 정답은 없는 것이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뛰는 동안 나오는 오르막과 잠깐의 휴식에서 맛보는 달달한 아이스크림 등이 우리네 인생을 전체적으로 축약시켜 놓은 듯한 한 편의 드라마 같아서였다. 그런 것을 몸 좋고 잘생기고 완벽해 보이는 연예인이 도전했다면 크게 와 닿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면 흔히 보일것 같은 기안84가 해서인지 조금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고 어쩌면 나 자신의 올해의 삶도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에피소드는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공원에서 쓰러진 기안84의 모습에서 다시 이어졌다. 오이도가 보이는 바로 앞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기안84는 자잘한 유혹들을 물리치고 결국 오이도에 도착하고야 만다. 집을 나서서 뛰기 시작한 지 10시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발이 말을 듣지 않아도 오로지 눈 앞에 다가온 목적지를 향해서 묵묵히 뛰는 기안84의 모습을 보고 박나래는 "그림이 너무 예쁘다"라고 했고 손담비는 독립영화 같다고 했다. 

 

땀을 한 바가지를 흘리며 눈 앞에 목적지를 두고 기안84는 바지락 칼국수에 맥주를 마시겠다며 저녁 메뉴를 중얼거렸다. 드디어 오이도에 도착해서 스스로도 놀라워하는 기안84. 편의점에 들려서 맥주를 사고 칼국수 집에서 포장을 해서 바로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이불을 둘러쓰고 온돌 바닥에 앉아 있는 기안84를 보고 손담비는 짠하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기안84는 피로에 지친 몸을 녹이며 앉아 있으니 세상 행복하다고 했다. 

예전에 어릴때 친구들과 여행을 갔는데 5분만 가면 있다고 듣고 나선 길이 걸어서 2~3시간 정도 걸렸던 기억이 난다. 친구가 잘못 전해 들은 그 말 "차로 5분만 가면 돼요" 그때 처음 알았다. 그때 걷고 나서 먹었던 콜라가 지금까지도 생각이 난다. 차로 5분은 걸어서 2~3시간이라는 것을 다음날 차를 타고 나오면서 계산해 보니 정말 5분밖에 안 걸리더라는...ㅠ.ㅠ

기안84는 자신이 오늘 했던 달리기를 통해서 단순한 일상의 행복을 깨닫게 된 것 같다. 힘들어서 씻고 누우면 따뜻하고 배고파서 먹으면 행복하고, 사실 인생의 행복이란 아주 거창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이 그날 입었던 셔츠와 후드집업은 대충 빨아서 온돌 바닥에 널어놓고 온돌의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 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고 자리를 잡는 기안84. 이런 건 어떻게 꾸며서 하려고 해도 힘든 일상의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 아닌가 싶다. 

 

다음날 원래 계획했던 56킬로의 대장정 중 42킬로를 뛰어서 클리어한 기안84. 이제 남은 구간만 클리어하면 자신과의 약속을 다 지키게 된다. 이날 코스는 오이도를 출발해서 시화방조제를 건너 방아머리 해수욕장까지 가는 코스였다. 13~14킬로 정도 된다. 

출발 전에 해산물이 푸짐하게 든 해물라면을 빵빵하게 먹고 출발하는 기안84. (저 집 한 번 가보고 싶네) 이 집은 오이도에 위치한 정동진이라는 집이라고 한다. 

place.map.kakao.com/9361581

 

정동진

경기 시흥시 오이도로 151-1 (정왕동 1973-15)

place.map.kakao.com

라면보다 해산물이 더 많아 보이는 이 해물라면의 가격은 12000원이다. 산처럼 쌓인 해물을 보면 납득이 되면서도 라면인데 12000원이라니 납득이 안 되고 아무튼 맛있어 보인다.

 

그렇게 배불리 먹고 길을 나서는 기안84. 잠시 준비운동 겸 배도 식힐 겸 앉은 벤치. 주변에는 연인들이 많고 외로움은 밀려오고. 평생 혼자 사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자신을 돌아보니 자신은 지금 뛰어야 한다.(응?)

스트레칭을 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달리기 시작한 둘째날 일정. 눈 앞에 초대형 시화방조제가 신기루처럼 다가온다. 12킬로에 달하는 이 시화방조제는 바람도 많이 불고 변화가 없는 주위 풍경에 기안84도 힘들어했다. 

젖꼭지가 끌려서 아프다고 하는데 이게 웬만큼 달려서는 나타나지 않는 증상이라고 한다. 허벅지 안쪽도 다 쓸리고 무릎도 많이 덜그럭 거리는 상태인 것 같았다. 두 시간 만에 당이 떨어져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제 남은 거리는 단 4킬로. 

3~4킬로 정도 뛰기 시작한 이후 몸이 적응을 하는지 아픈것도 잊고 뛰게 됐다는 기안84. 그렇게 총 거리 56킬로. 달린 시간 13시간 만에 방아머리 해수욕장에 도착한 기안84는 정말 즐거워 보였다.

그 즐거움을 이기지 못했는지 결국 바다에 입수를 해버리는 기안84. 그것도 두 번씩이나. 기안84는 참 정감이 가는 캐릭터긴 한데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또 너무 독특한 것 같다. 예술하는 사람이니까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자. 

입수 후 바다에 누운 기안84. 몸에 열이 많이 나서 전혀 춥진 않았다고 하는데 그날 이후 4일을 앓아누워 있었다고 한다. 혼자만의 생각이란 것이 2년 동안 회사 차리고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열심히 살아온 세월을 되새기는 것도 열심히 살아봐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만화를 그리는 것이 즐거움으로 시작했는데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이것도 그만큼 열심히 살았어야 할 수 있는 얘기인 것 같다. 나도 앞만 보고 달리는 와중에도 이렇게 잠깐 내려놓고 처음 시작을 되새기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관대하다고 한다.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나태하고 관대한 것이다. 나도 그렇다. 조금만 힘이 들어도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고 노력한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다. 뭣 때문에 이렇다 등등 스스로 들어도 구차하고 어이없는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기안84가 인생의 스승도 아니고 위인도 아니지만 스스로를 돌아볼 계기를 준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시언이 나혼자산다를 나간다고 하는데 기안84만이라도 조금 더 많은 에피소드를 생산해 줬으면 한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기안84 지금도 성공했지만 더 흥했으면 한다. 

 

이 글은 TV 프로그램의 예고편이나 본방송을 보고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글에 언급된 인물, 업체, 제품, 방송과는 사업적/상업적 연관성은 없다. 

 

이미지 출처 : MBC 나혼자산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